대한민국의 소방 선진화는 우리 모두의 꿈이자, 소망이기도 하다. 소방 선진화는 경제발전과 국위 및 국격에 걸맞은 ‘균형적 선진화의 기틀 마련’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뜻이 담겨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 그리고 생명을 담보하며 밤낮없이 각종 ‘위험’과 맞닥뜨려야 하는 소방관들의 안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런 꿈과 소망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주 열심히 하는 많은 이들이 있다.
(사)한국소방시설관리협회 이기배 회장도 대한민국 소방 안전의 새 역사 쓰기에 앞장서고 있는 소방인의 한 사람이다. ‘정직(正直)과 열성(熱誠)’을 삶의 지표로 삼고 있다고 했다. 좌고우면(左顧右眄: 앞뒤 재고 망설임) 할 틈이 없다면서 달려가야 할 방향은 오직 한 길, 1,140여 회원들과 한마음 한뜻으로 주어진 임무에 온 힘을 쏟는 것뿐임을 강조한다.
“말씀 안 해도 회장님의 이름 석 자에 이런 결기가 그대로 담겨 있네요?!” “예? 뭔 말씀입니까?” “이기+배를 풀어보세요. 기어이 품은 뜻을 이루어 축배(祝杯)를 들어 올리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잖습니까?!” “한자로는 좀 다르지만 그럴듯해 보이네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기배 회장은 첫인상이 차분하면서도 의지와 집념이 남달라 보였다. 한 번 뜻을 세워 그것이 옳다고 판단되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스타일 같았다.
이기배 회장은 지난해 1월 협회장(14대)으로 취임한 이후 역대 어느 협회장보다 ‘열심히 발품을 판(?) 회장’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 대목을 두고 그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소통하는 첩경이 외부의 많은 사람들의 견해를 구하는 것’에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동안 주목할 만한 많은 일을 일궈냈지만, 이 중 십중팔구는 많은 분들의 동의에 의한 결과물임을 강조한다. 전남 영암 출신이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자동화공학과를 거쳐 서강대학교 기술경영 전문대학원을 졸업한 소방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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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배 회장이 최영훈 전임회장으로부터 협회기를 전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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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 안전의 첫 단추는 철저한 시설관리…회원의 권익 신장· 정당한 대우 ‘긴요’
이기배 회장은 관리(管理)란 말을 사람들이 너무 가볍게 쓰거나 여기고 있다면서 이런 시각부터 개선돼야 한다는 일침(一鍼)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협회와 회원들이 관리하는 소방시설물
들은 거의 모두가 연수가 오래된 시설들이기 때문에 그 상태를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진단 과정과 절차에 있어 ‘대충’이란 단 1%도 있을 수 없음을 강조한다.
현장 요원들의 마음가짐도 그러해야겠지만 더불어 모든 행정 전반의 관리 감독과 법적 뒷받침 역시 이러한 ‘기준과 책무 완수’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임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협회장으로서 취임 이후 지금까지 마음판에 새기고 있는 각오와 꿈이 있다고 덧붙였다. 대략 이런 내용이다. 소박하지만 음미해 보면 깊은 뜻이 담겨 있다.
「… 그 첫째는 우리는 모두 자랑스러운 소방시설 관리인들이어야 합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소방관들은 우리 사회에 있어 ‘신뢰의 상징’입니다. 그들이 있기에 국민 모두는 편안한 삶,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지요. 저희가 수행한 시설관리의 결과로 ‘소방관들이 위험으로부터 좀 더 안전’할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 더불어 우리의 이웃과 국민이 저희의 작은 수고로 말미암아 지금보다는 한결 더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길 바랍니다. 또 한 가지 바람이 있습니다. 관리업 종사자들이 전문가로 대우받고, 자긍심을 가지면서 소방시설 점검에 매진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이 서둘러 마련됐으면 하는 소망입니다. 특히 어린아이 같은 생각일는지는 모르지만, 국민으로부터 “우리를 위해 수고한 관리인 여러분의 덕택으로 안전하게 지낼 수 있어 감사하다”라는 인사말을 자주자주 받아봤으면 용기백배하겠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점검 현장과 조화로울 수 있도록 제도가 잘 정비되어 시설관리인 모두가 오직 소방시설의 점검에만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되기를 꿈꿔 보기도 합니다…」
(사)한국소방시설관리협회는 매년 전국 44만여 특정소방대상물의 소방시설 점검과 안전관리 업무 대행에 관한 일련의 사무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회원 수는 1,140여 개에 이른다. 소방시설관리업체의 점검 능력 평가와 공시, 점검기술자 자격등급 관리, 자격수첩 발급, 점검기술자 배치신고 확인 등의 소방청 위탁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위탁 사무의 핵심은 △국민의 안전은 물론,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이 안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서 소방시설의 점검 품질 향상이며 △점검의 품질은 점검 수수료와 기술 인력 그리고 관련 법령이 한 축으로 연결되어 있다 △ 표준자체점검비 준수를 통한 업계 환경 개선과 점검 기술자들의 고용 안정 그리고 현장과 조화로운 제도를 하나로 연결하는 일 등이 중심축이다.
특히 이러한 시스템의 올바른 작동이 위탁 사무를 원활하게 수행하는 필수요건이라는 판단 아래 나름대로 임직원 모두가 새로운 각오와 다짐을 대내외에 선포하고 나섰다. 주목되는 대목이다.
협회는 첫째, 소방시설법령과 점검 현장 상황을 면밀하게 살피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점검 품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현장과 조화로운 제도 정비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T/F팀을 구성하는 등 강력한 드라이브를 가하는 중이다.
둘째, 표준자체점검비 준수를 저해하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여 대책을 서둘러 마련할 계획이다. 이러한 시스템의 관리와 제도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하여 협회의 기능과 체계를 재정립하겠다는 의지로 온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주제가 하나 있다. 지회의 기능 강화이다. 전국 시도에 조직된 지회의 기능을 강화하여 회원사와 협회, 관계인이 서로 소통하며 변화한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는 것이다. 중앙의 일방적 계획 확정과 하달 형식을 철저히 배제하고 모두가 긍정하는 방안을 수립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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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회의 새로운 CI 제작을 위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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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시설관리 점검품질향상은 국민 안전과 ‘직결’…현장과 조화된 법령 아쉬워
이 회장은 소방시설관리업의 현황과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 조심스러운 어조로, 그러면서도 전문가 관점에서 정곡을 찌르는 꼭 필요한 시정 사항을 제시했다.
그는 우선 자체 점검 제도는 “소방관서-관계인-관리업”이 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무를 각각 정확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그것이 점검품질 향상을 통하여 국민 안전을 담보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임을 전제하면서 이런 의미와 뜻이 올바르게, 효율적으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현장과 조화로운 법령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말은 뒤집어 생각하면 ‘현장과 법령, 규정 사이에 적잖은 간극(間隙)이 있다’라는 말이 된다.
다음으로는 「점검수수료 준수-업 환경 개선-점검기술자 고용 안정-점검품질 향상」이라는 순환시스템이 아직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견해도 밝혔다.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사례로 지난 2017년의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2018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를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이기배 협회장은 정부는 소방시설 자체점검 제도와 관련하여 △점검한도 면적 축소, △전문/일반 구분으로 점검 제한과 건축물의 규모와 특성에 따른 기술자 등급 제한 등을 골자로 한 법령을 강화하여 24년 12월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점검품질 향상의 근간이 되는 점검수수료는 법정 기준보다 턱없이 낮게 계약되어 점검품질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에 있음을 지적했다.
저가 점검수수료로 인한 부작용 및 문제점을 포인트로 잡은 것이다. 강화된 법령(2024년 12월 시행)으로 인하여 점검수수료는 약 20% 이상 인상되어야 함에도 실제로 오히려 현장의 평균 점검수수료는 50% 이하 수준에 있으며, 공공 발주 분야의 경우 역시 50% 내외로 계약되고 있는 형편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기술자 고용 불안정을 야기시켜 유능한 기술자의 업 이탈과 관리업 폐업 등은 물론 점검품질 확보에 차질을 가져오고 있다는 합리적 의구심이 든다고도 했다. 특히 관련학과 학생들의 관리업 유입을 저해하는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런 시장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협회 차원에서 많은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했다. 협회장으로서의 이런 노력과 의지는 취임 후 1년 6개월여의 행적 가운데 고스란히 녹아져 있다.
우선 관리업의 대외 신뢰도 향상을 위한 노력 부분이다. CI 통합 및 선포, 통일된 점검 복장 구비, 맞춤형 홍보 추진, 소방인 지원 사업, 경영지원 패키지 마련 등이 괄목할 만한 결과물이다.
소방시설 자체점검 제도의 이해와 협조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전국 소방본부장 예방, 시도 지회 현판식을 통한 조직체계 구축과 회원사 간담회, 소방학교 강의를 통한 예방업무 담당자들과 소통하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현장과 조화로운 제도를 마련하기 위하여 18개 개선과제를 발굴했다는 점이 높은 평점을 받고 있다. 1년 365일 협회 일에 매달리다 보니 막상 자신이 경영하고 있는 (주) 화이어캅스(소방시설관리, 전문소방시설공사, 전문건설하도급 등)의 직원들로부터는 ‘자신들을 서자(庶子) 취급한다. ’는 볼멘소리를 수도 없이 듣는다며 계면쩍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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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방시설관리업 역량 강화 교육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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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가 다들 어렵다고들 합니다/ 때문에 제 마음도 급하고요
“어느새 올 한 해가 반환점을 넘어섰네요. 이것저것 많은 계획을 세워 진행 중이긴 하지만 맘대로 이뤄지는 게 많지 않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다만 한가지, 저희 모두가 정직하게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있기에 후회는 거의 없습니다. 저희는 연초에 ‘2025년을 제도 개선을 통한 현장과 조화로운 법령 마련의 원년’으로 선포한 바 있습니다. 타임 스케줄을 설정하고 이 같은 계획에 따라 하나씩 과제를 풀어나가는 중입니다. 지난해 회원사들로부터 청취한 의견의 주요 사항은 ①불명확한 행정처분 규정, ②공동주택 세대 점검의 문제, ③저가 과당 경쟁의 폐해, ④24년 12월 시행 법령의 문제, ⑤영업정지 처분의 불합리성, ⑥점검 인력의 수급 문제, ⑦점검수수료 정상화 문제 등이었습니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올해 초부터 협회 임원들과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제도개선 과제를 선정했습니다. 이를 소방청에 전달하고 협의 과정을 거쳐 모두 4개 분야 18개 과제를 확정했습니다. 특히 소방청, 시도 소방본부, 협회와 공동으로 제도개선 TF팀을 구성하여 이미 4차례의 합동 회의를 마련한 바 있지요. 이달 중에 합동 회의를 통한 구체적인 개선 방향과 목표가 설정될 것입니다. 마지막에 언급한 ‘점검수수료 정상화’ 방안은 별도로 마련될 겁니다. 협회장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 과제’를 확정 지을 계획입니다. 현행법에서는 법률에 따라 소방청장이 표준자체점검비를 고시로 정해 공표하고 있으나, 권고 규정의 한계로 인해 이를 준수하지 않으므로 업(業)계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결국 신뢰받는 점검품질 확보라는 측면에서 보면 엄청난 걸림돌이기도 합니다. 난제(難題)이지요. 하지만 우리가 분명히 넘어야 할 당면 과제이기도 합니다. 올해엔 반드시 이 문제를 일부라도 개선하는 성과를 도출해야 합니다. 그렇게 될 것입니다.”
이기배 협회장의 굳은 의지가 엿보인다. 믿음이 간다.
협회장 직속으로 구성될 ‘수수료 법제화 추진팀’의 활약 벌써 기대된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끝으로 더 할 말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는 크게 두 가지 바람을 제시했다. 그 하나는 자체 점검에 대한 바람이었다.
소방시설 자체 점검을 사회안전망의 범주로 인식하여 점검품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점검수수료에 대한 직·간접 규제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기, 승강기, 가스 등을 직·간접 방식으로 규제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구체적이며 적극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골격의 제언이었다.
또 한 가지는 현행 안전규칙이 ‘타협’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의 개정과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소방시설의 설계, 시공, 감리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은 ‘안전규칙’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소방시설에 대한 제도적 점검 환경 구축이라고 했다. 국민이 이용하는 다중시설이나 ‘생활 건축물’ 등은 수십 년 이상 안전을 담보해야 하는 시설물인 만큼 철저한 관리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빼놓아서는 안 될 체크 포인트가 있는데 그 핵심은 ‘현장과 행정의 균형적 조화’임을 강조한다. 그래야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는 ‘위기의식’과 ‘불안심리’가 가라앉는다고 이 회장은 굳게 믿으며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다.
업계가 처한 위기 상황에 정책당국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절실히 요청되는 시점이라고 크게 느낀 만남이었다.
특별취재팀 박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