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호 사설의 제목을 한국소방안전권익협회의 ‘안전권리 선언문’으로 설정하였다.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이 선언문은 매월 두 차례에 걸쳐 열리는 정기 월례 모임과 회장단 회의, 그리고 매년 특별한 전체 회원 모임, 지회(支會) 모임 등에서 개회에 앞서 모든 참석자가 큰 목소리로 선창하는 구호이다. 아울러 이 구호의 진정한 의미와 뜻을 독자와 소방계 제현(諸賢)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선언문은 총 6개 항목으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1,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은 소방의 사명이며 우선순위가 아닌 핵심가치이다. 1, 소방안전관리자의 상시 근무체계를 확립하고 감독적 지위에 있는 자로 선임한다. 1, 공공의 안전을 위한 건축주의 책임을 강화하고 소방시설에 대한 보험과 연계를 추진한다. 1, 무한책임에 대한 보수요구권 정착과 안전 감시 및 공익신고를 생활화한다. 1, 정상적인 엔지니어링 대가를 현실화하며 권익보호와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한다. 1, 소방의 정체성을 가지고 협동단결하여 밝고 안전한 사회의 초석이 된다. 」
선언문은 총체적으로 볼 때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한 문구로 짜여 있다. 주옥(珠玉)같은 문구일 뿐만 아니라 소방인으로서 지향해야 할 막중한 책무와 당위성을 우리 모두에게 제시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특출하다고 감히 자평한다. 특히 선언문 1조에 등재된 ‘국민안전은 소방의 사명인데 우선순위가 아니라 핵심가치’라는 부분과 마지막 조항의 ‘소방의 정체성 확립과 협동단결’이라 문구가 왠지 모를 강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나머지 항목에서 거론하고 있는 ‣소방안전관리자의 상시 근무체계 확립 ‣건축주의 책임강화와 이를 통한 공공안전 증진 및 소방시설의 보험연계 확대 ‣무한책임에 대한 보수요구권 정착과 안전감시 및 공익 신고의 생활화 ‣정상적인 엔지니어링 대가 현실화 및 불합리한 제도 개선 등의 구절은 소방현장의 현실적 문제점의 정곡을 찌르는 차원 높은 대안 제시라는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을 듯싶다.
아쉬움이 남는 것도 있다. 첫째는 한국소방안전권익협회 구성원들이 모임 때마다 선언문을 선창하지만, 과연 그 진정한 의미를 얼마나 이해하고 새기며 외치는지 의구심이 든다. 건성으로, 매번 습관적으로 반복하는 구호가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다. 한 문장, 한 글자까지 곰곰이 되새겨 봤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둘째는 언행일치의 문제이다. 소방인이라면 누구나 ‘소방의 사명이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는 것’임을 다들 알고 있고 남들 앞에 나서면 자신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막중한 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들 입을 모으곤 한다. 대단한 자긍심이다. 현실 속에서 비치는 그들의 모습은 과연 존경받아 마땅한 그런 사람들일까? 아마도 부족함이 많을지 모른다. 외치는 구호와 그들의 실제적 행동은 다소 거리가 있는 경우가 적잖다는 말이다. 직설적 화법으로 말하자면 소방인들 가운데 적잖은 사람들은 언행이 일치되지 않아서 표리(表裏)부동한 소방인들이라는 볼멘 지적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여기서 말하는 소방인들의 범주엔 공직자와 봉사대원 등은 제외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책무를 열심히 할 뿐 아니라 목숨을 담보하면서까지 각종 위험에 맞서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믿음과 신뢰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소방 관련 실업인과 관련기관 소속인들 등 극히 제한적 범위의 사람들임을 밝혀둔다. 셋째는 선언문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안전과 불합리한 제도 개선 및 협동단결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마지막 대목이다. 우리 모두 가슴에 손을 얹고 “과연 나는, 우리는 국민의 안전을 소명으로 마음 판에 새기며 이를 행동화하고 있는지?” “안전은 뒷전으로 한 채 저가 경쟁에 앞장서며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이 때문에 부실 제품 생산을 주도하지는 않았는지?” “정당한 행정적 개선이 절실하며 시급함에도 그 요구권을 신변상의 불이익을 핑계로 자위권을 포기하고 있지는 아니한지” 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사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귓전에 계속 맴돈 말이 있다. 선언문의 서두에 등장하는 ‘우선순위’와 ‘핵심가치’란 어휘이다. 「국민안전은 소방의 사명인데 이는 ‘우선순위’가 아니라 ‘핵심가치’」라는 문구였다. 이 문구는 짤막했지만, 오늘의 소방인 모두의 심금을 울리는 지상명령이자 소명의식의 핵심이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과연 이 문구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상당한 무게가 실린 이 말의 깊은 의미는 무엇일까? 각자의 해석이 다를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필자의 견해를 주석(註釋)으로 달아보려고 한다. ‘우선순위(priority)’는 바쁘고 다양한 삶 속에서 한정된 자원 등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방편의 하나로 어떤 기준을 만들어 순위를 정하는 그것이라는 게 통념적 해석이다. 반면 ‘핵심가치’(core value)란 진실성, 완전성, 객관성, 자주성 및 직업적 전문성 등에 기반을 두고 이를 근거로 제품이나 행동의 가치성을 따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철학적 시각에서 분석해 본다면 ‘우선순위’는 단순한 기계적, 수치적 근거를 기준으로 순위를 결정한다고 풀이할 수 있지만 ‘핵심가치’는 심리적, 정신적 요소를 가치평가의 기준으로 삼아 그 참 의미와 가치의 높낮이를 판단한다고 할 수 있겠다. 바로 말해 ‘우선순위’는 생명이 없거나 극소(極小)지만 ‘핵심가치’는 생명력이 강해 생동적이라는 해석이 가능할 성싶다. 이런 해석은 사랑 ‘애’(愛)에 대한 풀이 과정과 비슷하다. 한자의 사랑 애(愛) 자(字)를 유심히 살펴보면 글자의 한가운데 마음 심(心)자가 있다. 이 뜻은 ‘마음이 없는 사랑이란 의미 없는 사랑이요, 입에 발린 껍데기 사랑’이라는 의미와 같다. 이 같은 따듯한 마음, 참된 마음이 선행될 때 비로소 진정한 소방사랑과 안전, 핵심가치 구현, 협동 단결 및 협력 증진, 나아가 소방선진화의 기틀이 온전히 세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소방계의 자숙과 함께 분발을 기대한다.
소방업체 간의 출혈 과당경쟁은 어쩔 수 없는 생존법이라 치부한다든지, 소방관련 단체의 무분별한 난립과 소방업체에 대한 선(線)과 도(度)를 초월하는 금전적 부담 요구를 업계 발전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희생이요, 과정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는 않은가. 허무맹랑한 자세와 자기변명. 옳지 않은 행정과 관습에 호신(護身) 때문에 입을 봉해버리는 파행이 범람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이런 오늘의 소방계 현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는지 마음이 조급해진다.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소방안전권리협회 안전권리선언문의 참다운 의미를 다시 한번 조감해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文責記者 박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