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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엔 화재경보도 식사를 한다?…진실이 알고 싶다

소방재난옴부즈 | 기사입력 2025/05/14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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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엔 화재경보도 식사를 한다?…진실이 알고 싶다
기사입력: 2025/05/14 [13:20] ⓒ 소방옴부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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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싶을 정도로 대형 공공시설 및 고층아파트 등에 불이 나고 있다. 잠잠하다 싶으면 여지없이 끔찍한 화재 소식이 온 장안을 떠들썩하게 만들곤 한다. 그러잖아도 전국적인 초대형 산불로 지금까지도 충격에 빠진 시민들은 ‘화재 노이로제’에 시달릴 지경이다. 게다가가 쉴 새 없이 스마트폰으로 화재 안전 문자까지 전송되고 있으니 말 그대로 설상가상이다. 이 와중에 자료를 살펴보다 흥미로운 문구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점심시간이 되면 화재 알람도 식사를 한다(?)”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자료를 확인해 본 결과,비화재보(非火災報)에 대한 이야기였다. 얼추 답이 나왔다. 확인된 내용을 간략하게 정돈할 필요가 있다. 「비화재보는 실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화재경보기가 울리는 현상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오작동’이다. 경보가 처음 울릴 때는 모두가 긴장하며 진지하게 대응하지만,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사람들은 점점 경보음을 무시하기 시작한다. 결국 이솝 우화에 등장하는 ‘늑대와 소년’의 이야기처럼, 경보가 울려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위험천만한 결과로 이어진다. 실제로 많은 화재 사고를 조사해 보면, 소방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경우가 상당수이다. 」

 

답이 묘한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화재의 결정적 원인이 ‘늑대와 소년’의 주제인 ‘소년의 거짓말’같은 ‘잦은 오작동에 의한 사람들의 무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찰나였다. 수많은 화재안전사고는 뚜렷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데 그게 바로 비화재보로 인한 ‘소방설비 차단’과 ‘화재경보 무시’였다는 것이다. 이를 증명할 보충자료가 필요했다. 평소 가까이 지내온 어느 소방안전 통계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했다. 입수한 자료 중 ‘건물시간대별(월별)화재알람 발생현황’을 세심하게 살펴보니 묘한 추이가 발견됐다. 00~04시의 심야 및 새벽 시간에는 낮은 수준의 발생횟수를 유지했고, 05~07시 아침시간대부터 발생횟수가 점차 상승한 뒤 08~11시까지는 발생횟수가 급격한 증가를 보였다. 오전 10시에 정점에 도달했다가 11시 이후 횟수가 감소하여 소강상태를 유지한 후 12~14시 사이엔 알람 작동 횟수가 정점에 도달한다. 15시 이후엔 급격히 감소했고 18시경 이후 낮은 발생횟수를 유지했다. 이 자료에서 의아한 점이 몇 군데서 발견된다. 잠자는 시간대와 점심, 퇴근 시간대의 알람 발생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배경에서 일종의 ‘경종 멘트’로 ‘점심시간엔 화재경보 알람도 식사를 한다’라고 눈길을 끄는 경고 메시지가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을 직설적으로 말한다면, 누군가 야근 시 또는 점심시간 혹은 퇴근 시 ‘알람 스위치를 꺼둔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한 주무관청의 공식자료도 있다. 감사원이 소방청 제출 자료를 재구성하여 ‘소방시설 차단행위 및 미작동으로 인한 대형화재사고 사례’를 펴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사망 4명에 부상 48명의 참사를 초래한 경기도 동탄메타폴리스 주상복합아파트의 화재 사고는 ‘수신기 오작동으로 인한 손실을 우려해 수신기를 정지 상태로 유지한 것이며 동시에 스프링클러의 알람밸브도 차단된 상태였다’라는 게 드러났다. 또한 무려 9명의 사망자와 6명이 크게 다친 2018년의 인천 남동공단 세일전자(주) 화재의 경우는 가히 공분을 살만하다. 대표이사가 관리인에게 비상벨이 울리면 무조건 수신기부터 차단하라고 지시했다니 제 정신이 아닌 게 틀림없다. 2019년의 천안 라마다호텔, 2020년의 연지SLC 물류센터, 2021년 이천 쿠팡 물류센터, 2022년 대전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화재 사고와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아파트 화재 등도 거의 비슷한 유형의 화재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참담한 사고들이었다. 이 같은 유형의 대형 화재 사고는 지금, 이 순간에도 발생하고 있으며 그 개연성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고 많다.

 

이런 상황을 초래한 사람은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저촉 대상이다. 이 법이 제정된 이유와 까닭을 다시 한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만약 통계에서 밝혀진 것처럼 대형 화재 사고의 대부분이 감지기 스위치 등을 임의로 내려놓아 빚어진 참극이라면 그에 상응한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적잖은 이들이 소방 당국의 처신을 두고 못마땅해 한다. 대형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엄격한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이란 걸 발표하는 등 부산해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용두사미식 처방’이 영 미덥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소방재난옴브즈 신문과 뉴스는 이런 시각에서 창간 2주년을 맞이하는 8월까지 ‘오늘의 소방 안전 현주소’를 주제로 집중 조명해 볼 계획이다. 어떻든 화재경보기 등 중요 소방기기를 편의를 도모할 목적으로 자의로 스위치를 끄거나 전원을 아예 차단하는 행위로 말미암아 인명 피해가 생긴다면 결국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살인 행위나 마찬가지이다. 죗값을 치러야 마땅하다. 경우에 따라선 대형 참극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정책적 차원에서 이를 발본색원해야 할 것이다. 덧붙인다면 특히 오작동 발생 원인이 무엇인지, 혹여 중국 등의 저가 파상공세에 의한 품질 하자(瑕疵) 때문은 아닌지 등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를 통해 밝혀내야 할 과제이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소방 안전을 저해하거나 발목을 잡는 부당한 행위와 규제 행정 및 법규와 제도가 있는지 ‘옴부즈만’ 차원에서 ‘통계’를 바탕으로 문제점을 찾아내 이의 시정을 촉구하려고 한다. 예컨대 각종 안전사고 때마다 발표하는 ‘안전 불감증’이 사고 발생의 결정적 원인이라는 조사기관의 최종 규명이 과연 온당한 결과 도출이었는지 등이 그것이다. 이 같은 시도는 철저히 통계자료를 근거로 할 것임을 밝혀둔다.

 

文責記者 박철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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