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명신화이어이엔지의 유동열 부사장은 ‘꽉 찬 나이’(?)지만 소방시설관리사로서 오늘도 현장을 젊은 사람 못지않게 쉼 없이 뛰고 있다. 검게 탄 얼굴에 건장한 체격이다. 공직에서 은퇴한 지가 한참은 된듯한데 아직도 소방관으로서 왕성하게 뛰었던 옛 기질이 그대로 풍긴다.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는 염색하셨죠?~” “그럼요. 젊은 사람들 속에서 활동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물을 들였습니다” “몇 년생이십니까?” 싱긋 웃어 보이며 1949년생이라고 했다. 77세 희수(喜壽)를 앞둔 나이인데 60대 초반쯤으로 보였다. “나도 80 어간의 나이에 기자(記者)로서 현장을 뛰어다니고 있습니다만 부사장님도 대단하시네요” 유 부사장과의 첫 대면은 이렇게 ‘나이 타령’으로 시작됐다.
유동열 부사장은 1975년 조건부 소방원으로 소방 공직에 입문했다. 중부소방서와 동대문소방서 방호과의 업무 개서(開署) 요원을 시발로 중부, 동대문, 남부(현 서초), 도봉, 종로소방서 등지에서 장기간 예방 업무를 담당했다. 현장 실무를 철저히 익힌 것이다. 이어 본부 제2대 화재조사팀장, 일선 소방서 과장(소방령 10년 이상 근무), 구조구급훈련센터소장, 충정로 소재 경기대학교 교수 등으로 재직하면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가 지닌 최고의 덕목은 성실함과 진실함이다. 그는 자신의 이런 성품 때문인지 어려운 환경에서도 승승장구하며 33년간의 공직 생활을 무탈하게 마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두 손을 모았다.
유 부사장은 2008년 명예퇴직했다. 제2의 인생이 시작된 것이다. 명퇴 후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터에 특급 감리 자격은 있지만 ‘소방관 출신’이라는 명목, 즉 소방관 출신이니 소방과 관련한 뭐든지 못 할 게 없다는 일종의 ‘120%급 믿음’ 때문에 무작정 감리 현장에 투입됐는데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다행히 짧은 시간에 현장 일에 적응할 수 있었으니 감사한 일이지요. 이제 세월이 많이 흘러 그동안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 등을 후배와 후학(後學)들에게 전하면서 감리업무 전반의 길라잡이 역할까지 담당할 수 있으니 큰 보람을 느끼기도 합니다.” 유 부사장은 소방시설관리사로서 (주)명신화이어이엔지에서 점검 업무를 도맡고 있다.
통상 소방계에서는 소방시설관리사 자격 취득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고들 한다. 그만큼 힘들다는 뜻의 말이다.
특히 유 부사장의 소방시설관리사 자격 취득 과정은 남들과 크게 다르다. 우선 그는 ‘국내 최초의 65세 최고령 소방시설관리자’란 전설(傳說)의 기록보유자이다. 65세의 나이에 소방시설관리사 시험에 도전하여 기어이 뜻을 이뤘다는 점에서 큰 감동을 주고 있는 대목이다. 롤모델이자 귀감(龜鑑)이 되고 있다. 그가 소방시설관리사 시험에 응시하기까지의 과정도 특별나다. 평범한 과정이 아니라 깊은 ‘우려와 곡절’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한 그의 설명이다.
“명예퇴직 후 사회 진출 첫 직장인 (주)케이제이엔지니어링에 입사하여 3년여의 현장 상주 감리를 마친 뒤 세 번째로 송파구 아산병원 연구동 및 기숙사 상주 감리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당시 국내 굴지의 감리회사였던 (주)토문건축사무소가 같은 소재지에 있었는데 그 건축사사무소가 군사시설 감리 업무와 관련하여 감사원으로부터 소방법 위반 협의로 조사를 받고 있었어요.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힘을 보태야겠다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해 도왔습니다.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됐는데 이것이 인연이 돼 그 회사에 스카우트됐습니다. 저의 인생 여정에 중대한 변곡점이 된 겁니다. 입사는 했지만, 소방감리는 외부회사와 컨소시엄으로 운영하는 형태였기 때문에 막상 제가 맡아 처리해야 할 일은 거의 고문 비슷한 역할이었죠. 시간이 많이 남더라고요. 이참에 공부나 좀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들어 제 뜻을 감리 총괄대표에게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재택근무를 하도록 배려해 주셨습니다. 이를 계기로 저는 1년여간 구립도서관에서 모처럼 공부에 매달렸습니다. 이와 병행 2012년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부에 입학하여 열공(熱工) 끝에 2013년 10월, 제13회 소방시설관리사 시험에 합격, 65세 최고령 합격이라는 행운을 맛보게 됐습니다. 행운이었죠”
유 부사장은 남들보다 훨씬 많은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공부에 취미(?)가 붙었기 때문 같다며 어깨를 한번 으쓱해 보인다. 그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여러 자격증을 나름대로 △생존용과 △레저용으로 구별하고 있다. 편의성 때문이란다. 소방설비기사 기계와 전기, 특급소방감리 기계와 전기, 특급기술자 기계와 전기, 특급안전관리자, 소방시설관리사 자격 등을 생존용으로 정의하고 보트조종면허(1급), 소형선박면허, 스킨스쿠버(마스타), 원동기면허, 1종 보통운전면허, 1종 대형운전면허, 굴삭기면허, 공인한자2급 면허를 레저용으로 구분하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이다.
성실과 능력 바탕 쟁쟁한 맨파워…빼곡한 사업실적표 ‘경쟁우위 과시’
유동열 부사장의 활동 사항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그가 노익장(老益壯)을 한껏 발휘하고 있는 (주)명신화이어이엔지의 면면을 세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분위기가 다르다. 전체적으로 화목하다는 느낌이 두드러진다. 취재차 방문한 자리에서 잠시 인사를 나눈 CEO 김일규 대표의 카리스마가 대단해 보였다. 덧붙여 강력한 친화력이 방문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바쁜 일 때문에 부득이 배석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김 대표의 말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매주 월요일에는 명신화이어이엔지의 핵심 임원과 외곽 지원 저명 소방인들이 4층 회의실에 모인다. 차 한잔 나누며 정보를 교환하고 명신화이어이엔지의 사업 현황과 추진 계획, 기타 정보 등을 교환한다.
외곽 인사들도 모두가 ‘내 회사’처럼 여긴다. 진지한 회의가 끝나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점심을 함께하고 카페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등으로 웃음꽃을 피운다.
명신화이어이엔지는 1999년 4월 대진소방엔지니어링으로 출범했다. 2003년 명신화이어이엔지로 상호 변경 후 고속 성장 과정을 거쳐 2024년 7월 ISO14001과 ISO45001 인증을 획득, 새로운 성장 동력을 갖췄다. 경영지원본부 휘하에 감리사업단과 부설 연구소를 두고 있다. 사업 분야는 △전문소방시설공사업 △소방시설관리업 △화재안전진단컨설팅 △소방시설 설계업으로 나뉜다.
특히 소방시설관리업 부문에서는 특정소방대상물의 법정점검(작동점검 및 종합점검, 최초점검), 준공에 따른 특별 소방시설 컨설팅, 소방시설 안전관리대행, 건물 시설관리 용역 등이 주요 업무영역이다.
주요 인력으로는 유동열 소방시설관리사를 비롯해 김OO 소방시설관리사. 박OO 소방시설관리사, 정OO 소방시설관리사가 소방관 출신이다. 김OO 외 3인의 소방시설관리사가 일반직 전문으로 일선 현장을 맡고 있다. 소방시설관리사 8명을 포함하여 소방설비기사 기계 부문 10명, 전기 부문 12명, 소방설비산업기사 기계 전기 부문 10명, 점검자 경력 수첩 37명, 위험물기능장 2명 등 총 79명의 기술군단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열거했듯이 사업실적은 화려하다. 2023년 시행 사업실적만 하더라도 전문소방사업부문에선 인천성모병원, (주)삼성라이온즈레포츠센터, 서울시티타워, 대항병원, 한국도심공항, 한국무역협회 전시장, 수원애경역사, 코오롱엘에스아이(주), 신세계본점 및 경기 및 의정부점 등 눈에 익은 명문 기업들로 꽉 채워져 있다. 이밖에 현대리바트, 포스코오앤엠, 파리크라상, 한화에스테이트,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 롯데지알에스, (주)옥시스 등의 이름도 선명하게 보인다.
총면적 기준 실적 부문에선 서울 및 분당 아산병원, 삼성디지털시티, 롯데몰 수원점, 한국외대 용인갬퍼스, 두산타워,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연세재단 세브란스빌딩, KDB생명타워, 하나금융투자빌딩, 임피리얼팰리스호텔 등의 이름도 등장한다. 소방안전관리 실적도 만만치가 않다. 서울지방경찰청 제4기동단, 서울사대부중, 산림조합중앙회. 원촌초등학교, 휘문중고등학교, 로데오빌딩, 송산파크, 종근당산업, 세신교회, 그랜드힐 컨벤션, 울트라물류, 인사동마루, 잠원초등학교, 대경빌딩, 한국외국어대학교 용인, (사)한우협회, 동부주택 브리앙뜨 등 다양한 업체와 상호가 열거된다. 소방시설설계업 실적도 괄목할 만하다. 대림성모병원, 맨하탄빌딩, 현대그룹사옥, 민트병원, 건설공제조합, SC제일은행 수원지점 등의 이름이 등장한다.
이 같은 실적에 대해 유 부사장은 모든 임직원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협력 증진하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직언직설(直言直說)…과감한 개혁의지 없이는 국민안전 담보 못 해
(주)명신화이어이엔지의 유동열 부사장을 인터뷰하려고 계획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 소방관으로서뿐만 아니라 소방시설관리사 및 전문인으로서 현장의 문제점을 누구보다도 꿰뚫고 있는 소방 전문인에게 오늘의 소방 현실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아직 현직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정중하게 시급한 현안 몇 가지만 간추려 달라고 부탁했다. 예민한 사항보다는 시급성을 전제로 한 당면한 문제점 및 이의 대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그가 지적한 주요 문제점 및 나름의 해결 방향은 대략 다음과 같다.
1) 소방시설관리사에 대한 경직된 행정처분 시정 필요하다:
<현황(근거)> 소방시설법 제28조 제3호 및 제 6호(2024. 12. 1 시행), 동 시행규칙 제39호 및 동 시행규칙 [별표 8]의 제2호 가목 3 및 6
<문제점> 자체 점검과 관련 소방시설관리사에 대한 행정처분을 함에 있어 과실(過失)의 경중과 관계없이 천편일률적으로 법 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신중한 법리 판단의 결여랄 수 있다. 획일적으로 소방시설법 제3호(점검을 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한 경우)를 적용하여 처분하고 있는 현행의 행정처분은 현실적으로 심대한 운용상의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예컨대 1차 처분 중 1년 이내에 재적발 시 차수가 적용됨으로써 2차 자격정지 6월까지 가는 사례가 적잖게 생겨나고 있음. 이에 따라 병행하여 관리업체 또한 동일한 인적, 물적 피해가 발생하는 등 막중한 피해 사례가 생겨나고 있음.
<개선방안> 현행 행정처분기준[별표8]은 가벼운 지적도 사후 행정처분 감경 사유는 될지언정 스프링클러 1개의 불량사항까지도 행정처분 대상인 바 과실의 경중을 가려 경한 과실임이 증명될 때는 지난 2006년 8월 5일에 도입된 소방시설법(법률 제7661호) 제28조 제9호(현행 제28조 제6호) ‘성실의무위반’ 조항을 적극 인용, 2차 적발됐다고 하더라도 경한 사항이면 제6호를 인용하여 차수 적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할 것임. 이렇게 할 경우 적발 소방관서로서는 행정처분을 통한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게 되고 동시에 관리사나 관리업체의 처지에서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일석삼조(一石三鳥)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임.
2) 성능위주 설계대상 점검과 관련하여…:
<현황(근거)> 소방시설법시행령(시행 2015.7.1), 대통령령 제26370호 제15조의 3, 소방시설법시행령(시행 2022.2.25) 대통령령 제31949호 제15조 3의 5호, 소방시설법시행령(시행 2022.12.1) 대통령령 제33004호 제9조 제8호
<문제점> 성능위주 설계대상은 관리협회에 배치 신고 때 정확한 신고 및 이에 따른 적법한 주된 점검인력 및 보조인력을 지정 운용하여야 하는바 그런데도 성능위주설계대상 선별이 불명확하여 사후 적발 시 과태료 300만 원 등 귀책 사유 발생 등이 그대로 있어 일선 현장에서 혼란을 일으키고 있음.
<개선방안> 법 개정 시행 이후 ‘대상 현황’을 관할 소방서도, 관리협회에서도 갖고 있지 않아 소방청 차원에서 각 시도별로 취합하여 정확한 전국 단위 총괄 데이터를 알리는 게 바람직하다. 시달 전까지는 행정처분을 유보하는 등의 지침 마련과 조치가 필요하다고 봄. 기대효과는 국민이 쓰기에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민원 발생을 최소화하는 데에 이바지할 것으로 전망됨.
반세기 동안 애지중지 모아온 소방유물 ‘소방박물관’에 모두 기증할 터
유동열 부사장은 소방계 입문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소방과 관련한 역사적 자료들을 정성스레 수집, 보관해 왔다.
유 부사장은 기자를 자신의 사무실로 안내하더니 이 자료 저 자료들을 직접 만져보게 하면서 자못 신나게 설명했다.
포켓용 수첩 정도 크기의 낡은 소방법령 준비집(集)에서부터 각종 메모 자료 등이 사무실 벽 한쪽을 꽉 채우고 있었다. 어떤 자료집은 너무나 긴 세월을 먹어서인지 색도 짙은 주황색으로 변색해 있었다. 수첩을 열어봤다. 깨알 같은 글씨로 법조문이 쓰여 있었다. 대단하다는 느낌밖에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 애써 모은 소방유물은 곧 오픈할 소방박물관에 이미 다 기증한 상태이고 1958년부터 모아온 대한민국 첫 소방훈련교재 및 연도별 소방법 등도 박물관에 기증, 역사적 유물로 보존되게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방과 더불어 어느덧 반세기를 훌쩍 넘긴 유 부사장은 앞으로의 삶의 지표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차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답했다.
“이제는 천천히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개인의 삶 사이의 균형)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 이른 것 같다는 생각을 간혹 하게 됩니다. 뒤돌아보면 너무나 빠르게 앞만 바라보며 내달려온 듯합니다. 후회는 없습니다. 행복했고요. 제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찬찬히 따져보면서 내일을 열어갈 작정입니다. 감사합니다.”
특별취재팀 박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