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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방 문화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라는 간곡한 ‘외침’

소방재난옴부즈 | 기사입력 2025/03/3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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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방 문화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라는 간곡한 ‘외침’
기사입력: 2025/03/31 [16:17] ⓒ 소방옴부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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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소방 기업 S 대표와 만났다. 서로 바쁘다 보니 그간 가끔 통화로 안부나 묻곤 하다가 큰맘 먹고 시간을 내 점심을 함께한 후 찻집에 자리를 잡았다. “한 1년 가까이 못 뵈었죠?! 그래 근황은 어떠십니까? 식사하면서 보니 조금 힘겨우신 것 아닌가 싶었는데…” 소방관 출신으로 소방 사업에서 역동적으로 활동하던 S 대표였기에 마음속으로나마 늘 그를 응원해 왔던 터였다. 그런데 그의 얼굴에 그늘이 서려 있었다. “괜찮으신 거죠?” “아, 예 괜찮습니다. 저만 힘든 게 아니라 소방 실업인들 거의 모두가 어려워하는 상황이니까요…! 다만 한 가지 분명하게 느끼는 감정은 있어요.” “어, 그래요. 뭡니까?” 그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진지한 표정으로 “이제는 포괄적 관점에서 대한민국의 소방 문화는 달라져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대로는 미래가 없다고 봅니다.” S 대표는 에둘러 ‘소방 문화’라는 단어를 썼지만. 그 진정한 의미는 ‘소방계 전방위적으로 문제가 너무나 쌓여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라는 뜻을 담고 있는 게 분명했다.

 

S 대표와의 만남 이후, 이 사설을 쓰기 직전까지 ‘소방 문화가 달라져야 한다’라는 명제의 정확한 의미와 답을 구하기 위해 소방계 여러 사람들을 만나 오늘의 현실을 파악해 보려 노력했다. 그 결과는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구분된다. 첫째는 소방업계의 경영 위기가 한계점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었고, 둘째는 각종 소방기기 생산업체와 실수요자(주민 또는 시민) 간의 교량 역할을 담당하는 관리주체(시공 및 안전관리 운영 책임자 등)의 왜곡된 안전의식 등이 구멍이 뻥 뚫린 채 오래도록 방치됨으로써 서둘러 치유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심각하다는 것이었으며, 셋째는 그런데도 당국이 이 같은 상황을 올바르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평과 불만,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는 것이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소방계가 처한 오늘의 실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제 만난 소방감리 및 주요 설비 제조업체 K 사장은 “심각한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한 달 평균 종업원들의 근무 일수가 19~20일 안팎임에도 연봉을 올려달라는 자격인증자들의 요구에다 툭 하면 현장일을 내팽개치고 회사를 떠나는 바람에 안절부절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라며 “이번 달 급료를 제대로 지불하려고 금융권에 애걸복걸해 2억 원짜리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했다’라고 했다. 화성의 소방업체 P 대표는 6개월 전부터 직원 모두를 퇴직시킨 후 혼자서 모든 일을 감당하고 있다고 했다. 아이디어 제품의 소량 생산 판매 방식으로 전환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방업계의 생산 서비스 활동에 가장 치명타를 안겨주고 있는 부분은 건설경기 부진과 업체 간의 과당경쟁이다.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이다.

 

“말도 마세요. 심각하다는 선을 넘어선지 한참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회사 가운데 여러 곳이 이미 공장을 처분했어요. 애써서 일궜던 공장과 시설, 장비들을 뜯어 내면서 엉엉 울던 그 사장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어른거려요. 종업원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모르긴 해도 죽고 싶은 심정이었을 겁니다. 저는 얼마 전부터 저가 수주 경쟁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어요. 다들 멈출 수 없으니, 일거리라도 마련하면서 기회를 보자는 생각들이지만 저는 이것마저 포기해 버렸습니다…” 소방계에서 박식(博識)하기로 소문난 L 회장은 업계의 덤핑경쟁은 중국의 저가공세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업체와 실수요자 간의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중간관리자나 기관들의 의식구조가 크게 왜곡돼 있다는 게 더 심각한 원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충격적인 실례를 소개했다. “…감지기라는 거 아시죠. 화재가 발생할 조짐이나 위험이 있으면 이를 미리 찾아내 경고음을 내는 장치잖아요. 아파트단지를 예로 들겠습니다. 시공업체들은 시공비를 줄이겠다는 속셈으로 값싼 제품을 사 쓰려고 하죠. 안전은 뒷전이고 우선 형식만 갖추는 꼴이지요. 그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어요. 기능보다는 값싼 것을 선택하다 보니 감지기의 품질과 성능이 수준 미달일터이니 오작동(誤作動)이 자주 발생합니다. 주민들이 자주 불편함을 경험하는 실례지요. 관리자들은 귀찮은 일이라고 여깁니다. 그래서 생겨난 심각한 현상이 있습니다. 수신기의 정지버튼을 눌러 경보음이 울리지 않게 하든지 아니면 아예 전원스위치를 꺼버리는 사례입니다. 불이 났는데 감지기가 작동을 안 하고 경보기가 제 기능을 못 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겠습니까? 대형 참사겠지요. 재래시장의 대형 화재 등은 거의 모두 이런 경우입니다. 이런 사례에서 우리는 어떤 사실을 배우게 됩니까? 제값을 내고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는 소방 안전 제품들을 구매하고 이를 제대로 운용하는 것이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제1의 방편이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얼마 전 모(某) 대학 소방학과 C 교수 역시 L 회장과 똑같은 말을 필자에게 들려줬다. 위에서 열거한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은 백인백색(百人百色)일 수 있겠지만 필자는 만사 불문하고 크게 두 가지 원칙을 강조하고 싶다. 그 하나는 S 대표가 제기했던 ‘소방 문화’의 대대적인 개혁과 개선 작업에 나서는 일이다. 저가 경쟁은 공멸(攻滅)이라는 자각 아래 업계 스스로가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동시에 주민, 시민, 국민 모두의 안전에 대한 의식의 대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필자는 이를 ‘소방안전 의식의 선진화’라고 명명하고 싶다. 둘째는 소방 당국의 정책 쇄신이다. 현장의 실상을 면밀하게 파악하여 이에 걸맞은 정책 마련과 함께 철저한 지도와 감독을 행정의 최우선에 둬야만 할 것이다. 중국의 저가공세에 대한 방안 수립은 소방 당국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책임져야 할 ‘몫’이다. 좋은 결실을 기대해 본다.

 

文責記者 박철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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