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시 건축주와 시공사 간의 계약 문제, 하자 발생, 공사 대금 미지급, 설계 변경 등에 의해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여기서 하자(瑕疵)라 하면 사전적 의미로 흠, 결함을 일컫는 말로 본 뜻은 ‘옥에 티’를 말한다. 건축의 하자는 건축물이나 시설물등의 안전상, 기능상 또는 미관상의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결함이나 흠을 의미한다. 이 하자는 구조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내력구조부별 하자와 설계 또는 시공상의 잘못으로 인한 시설공사별 하자로 구분한다.
그중에 중대하자란 해당시설에 안전상의 문제로 큰 비용과 기간이 소요되는 공사가 필요하거나 그 시설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에 놓여 있음을 의미한다. 건설사나 도급인 등 사업주체는 중대한 하자가 발생했거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불법행위가 있다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민법 제750조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 일반적인 하자 담보책임은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다. 하자의 범위나 종류별로 기간이 설정되어 있고, 이 기간 내에는 추가 비용없이 보수를 신청할 수 있다.
2024년 8월 한국아파트신문은 “아파트 설비 하자 전문가 무상점검”, “소방 기술사 등 신청 단지 방문해 진단부터 소송까지 안내”라는 내용을 보도했다. 소방, 정보통신, 기계설비 기술사 등 각 분야 전문가가 하자점검 신청 아파트 단지를 방문했다. 이어 설비 하자 여부를 진단하고 관리주체와 입주자 대표회의 등 관계자에게 하자 소송이나 보수공사 방법을 안내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점검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아파트의 시설물 점검 후 결과를 토대로 준공시 개선점을 도출하고자 추진하였다. 건축구조 및 시공위주로 진단이 이루어져 제연설비와 홈게이트웨이 등 특수분야의 하자는 사라지지 않고 사고 발생 후에야 하자가 있음을 알게된다”라고 지적했다. 소방분야 제연설비 점검을 수행한 소방기술사 B씨는 “제연 팬의 바람 압력이 너무 강력해 승강기 문이 닫히지 않는 사례를 목격했다”라고 말을 꺼냈다. 공동주택 설계시 각종 설비의 용량 등을 최대로 설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제연설비의 적정 용량을 지키지 않아 생기는 현상으로 입주민들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제연설비는 연기층의 확산을 제어하여 피난 및 소화 활동에 필요한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한 설비이다. 소방대상물의 거실에 설치하는 거실 제연설비와, 특별피난계단의 계단실 및 부속실 제연설비로 나뉜다. 부속실 등은 화재지역이 아닌 안전구역으로 간주하여 급기 가압함으로 계단실이나 비상용 승강기의 수직 관통부로의 연기유입을 차단하는 것이다.
특별피난계단의 계단실 및 부속실 제연설비는 화재안전기술기준(NFTC 501A)에 “제연구역에 옥외의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여 제연구역의 기압을 옥내보다 높게하되 일정한 기압의 차이(차압)를 유지하게 함으로써 연기가 침투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 기술하고 있다. 또한 “피난을 위하여 제연구역 출입문이 일시적으로 개방되는 경우 방연풍속을 유지하도록 옥외의 공기를 제연구역 내로 보충 공급하도록 할 것”, “출입문이 닫히는 경우 제연구역의 과압을 방지할 수 있는 유효한 조치를 하여 차압을 유지할 것” 등 기준이 제시되어있다.
일반인들은 제연설비를 이해하기 힘들다. 소방기술자도 도면에 맞게 시공하나 준공시에는 설계 계산서와 너무 다른 결과에 놀라는 일도 있다.
제연설비 등의 시험 (T.A.B : Testing, Adjusting, Balancing)은 계측장비와 전문성을 갖춘 업체에 의뢰할 수 있다. 공조설비의 커미셔닝 업체가 있음에도 한국 소방기술사회를 중심으로 제연T.A.B 인증 전문업체가 30여개나 있다. 제연설비 성능 현장시험 방법은 ①출입문 크기 및 개방방향 확인 ②출입문 누설틈새 확인 ③출입문 패쇄력측정 ④제연설비 작동 ⑤방연풍속, 차압측정(출입문 개방시 미개방층의 차압), 출입문 개방측정, 출입문의 패쇄여부 확인, 유입공기 배출량 등을 측정하고 결과보고서에 기재하도록 되어있다.
2013년 상반기 국회의원실에서 제연설비 성능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었다. 이에 홍역을 앓았던 소방업계에 최근 로펌(법무법인)이 등장했다. 이들은 전문업체에 점검을 의뢰한 후, 기술사 등의 검토를 거쳐 성능미확보 하자소송에 나서고 있다. 인천, 동탄, 안양, 평택, 고덕 지역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시공사의 법무팀과 조율도 쉽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법원 감정인이 실태를 조사하고 갑론을박 끝에 하자소송에 대한 판결이 나올 것이다. 제연설비의 성능 부실에는 하자보수 기간도 따로 없어 고스란히 소방업계에 그 책임에 따른 구상권 청구가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모든 것을 전문업체에서 담당했는데도 이런 당황스러운 일이 벌어진다. 이제부터라도 설계자는 설계 의도에 적합하게 성능이 확보되는지 설계 감리로 현장을 살피고 제연 T.A.B를 통하여 정밀한 성능을 시급히 확인해야한다. 기초가 부실한 설계에 시공, 감리, T.A.B 점검 등 각 분야 마다 허점이 생긴다면 일관된 제연설비 시스템은 당연히 제대로 성능을 발휘할 수 없는 사상누각(沙上樓閣)에 지나지 않는다.
소방재난옴부즈 제10호 1면 기사 “소방제연의 갈 길- 흑역사에 묻다”에서 본 발행인은 옳고 그름을 생각하지 않는 관행의 형식위주 사회를 병든 사회라 진단하였다. 국민의 안전을 위하여 속히 제연설비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업체의 성능확보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더 이상 외부세력에 휘둘리지 말고 자정의 노력을 기울이고 신뢰를 회복한다면 소송으로까지 번지는 파장은 최소화 할 수 있다. - 발행인 탁일천